2025년 11월 12일 서울 종로구 주한핀란드대사관에서 유카 살로바라 핀란드 외교차관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핀란드는 세계 각국의 삶의 질과 사회적 안정성을 평가하는 각종 지수에서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북유럽 일원이면서 산타클로스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작지 않은 국토 면적(한반도의 1.5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구(550만명)에 러시아·스웨덴 등 주변 강국들에 시달려온 나라라는 인식도 없지 않다. 그런 핀란드가 최근 국제사회의 ‘키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지난 3월 일본·영국 등 주요국들을 제치고 세계 정상 중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바다이야기프로그램 가졌다. 스투브 대통령은 이후 트럼프와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는 ‘절친’이 됐고, 8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미 때 독일·프랑스 등 주요 유럽국 정상들과 원군으로 나서며 핀란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처럼 부쩍 달라진 핀란드 외교의 실무 총괄자로 꼽히는 인물이 유카 살로바라(57) 핀란드 외교차관이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주한 바다이야기오락실 핀란드 대사관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현재 국제 정치에선 혼자 살아남을 수 없고, 더 큰 네트워크와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며 “핀란드는 작은 국가지만 그런 것을 잘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살로바라 차관은 핀란드 외교의 전환점으로 2023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꼽았다. 핀란드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바다이야기게임방법 침공하자 오랫동안 고수하던 중립 외교 노선을 버리고 나토의 문을 두드려 일원이 됐다. 이는 친서방·친미 외교 노선으로의 전환으로 받아들여졌다. 1340㎞의 국경을 맞댄 강대국 러시아(옛 소련)의 오랜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변화였다. 이런 변화에 대해 살로바라 차관은 “미국이 동맹 시스템으로 얻은 국제적인 힘은 미국의 자산”이 바다이야기 라며 “우리는 국방을 최우선 이익으로 두고 이 같은 자산을 가진 미국과의 연대 쌓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알렉산데르 스투브(오른쪽) 핀란드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트루스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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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2차 대전 종전 뒤 마셜계획(미국의 대규모 서유럽 원조 프로젝트)을 거부하고 소련과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하는 등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에 대해 살로바라 차관은 “소련(러시아)과의 관계는 언제나 어려웠다. 접경 국가로서 무역을 지속해야 했고,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토 가입 이후 첫 국가원수로 지난해 취임한 스투브 대통령에 대해 “준비된 인재”였다며 그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새내기 외교관 시절이던 1990년대 중반 핀란드 외교부 EU 전문 연구원이던 스투브를 처음 만난 일화를 소개하며 “일대일 개인 관계를 만드는 데 매우 능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여느 핀란드 정치인과는 다른 그의 이력이 외교적 자산이 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스투브는 2004년 유럽 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과 교분을 다졌다. 또 프로 골퍼 지망생 출신으로 철인3종 경기를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인 데다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이런 개인적 경험을 십분 활용해 트럼프의 ‘새 절친’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살로바라 차관은 스투브에 대해 “국내 이슈에만 집중하는 핀란드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활발하고 국제적인 사고관을 가진 인물”이라고도 했다.
최근 핀란드와 미국 관계는 ‘정상 간 친분’ 이상의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핀란드와 61억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쇄빙선 11척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살로바라 차관은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으려면 협상 테이블에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알아야 한다”며 “우리의 외교 기술과 선도적인 조선 기술을 협상 테이블에 가져간 셈”이라고 했다.
살로바라 차관은 한국과의 협력에 대해 “두 나라는 한때 가난했지만 반세기 사이 첨단 기술을 지닌 국가로 성장했다는 비슷한 배경이 있다”면서 “핀란드는 한국의 K-9 자주포를 도입한 국가이고, 앞으로도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업무의 대부분을 EU 관계에 할애해 오다 차관에 오르며 진정한 세계의 문을 열게 됐다”면서 “뜻이 맞는 국가들과 함께 더 일하고 싶다”고 했다.